우리에게 내일은 없어
대부분의 시트콤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기본 틀과 캐릭터의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에피소드 간 유기성은 적은 포맷으로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의 전반적인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즐기기 쉬워 재미가 배가된다.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토리가 변화하기 때문에 이 전화를 보지 않으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이 덕분에 몰입감은 크다.
우리의 인생은 미니시리즈처럼 시트콤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얼굴과 성격은 물론 내가 있는 공간도 변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래도 본질적으로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타고난 성향, 그리고 환경의 프레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어제 오늘 내일의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과 달리 내일은 큰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내 주변의 큰 틀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게 바뀌기 어렵다. 하루하루는 시트콤 에피소드, 우리에게 내일은 존재해도 내일은 오늘처럼 새로운 날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 우리는 스스로의 캐릭터와 주변 환경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완성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내 인생이 미니시리즈처럼 되려면 일단 시트콤의 기본 요소를 탄탄하게 구성해 두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