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맥케이, 영화 빅샷, 2016
애덤 매케이의 영화 빅샷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금융위기 징후가 감지되기 이전인 200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를 먼저 예측한 몇몇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크게 4인 또는 4팀의 시각에서 당시 금융위기를 불러온 은행들의 거대한 사기극을 추적하지만 그 분위기가 상당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우선 영화는 당시 사기에 가까운 시대를 열어 너도나도 돈을 벌고 있던 월가와 은행가의 시각에는 관심이 없다. 동시에 세계 경제의 몰락을 예상했던 당시 정부, 혹은 연방준비위원회의 시각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영화는 철저히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한 일련의 투자자, 즉 모기지론이 붕괴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와 집을 잃는 사태에 돈을 건 사람들에게만 집중한다. 그렇다면 영화적 긴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들의 흔들림에서 나오다. 이들은 베팅한 도박꾼들로 판돈을 챙긴 시장은 쉽게 돈을 내놓지 않는다. 이들의 내기는 확률이 매우 낮거나 아무도 배팅하지 않는 고배당의 한 판이었지만 그만큼 이들의 배팅은 외롭거나 어처구니없었다.
그래서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이 배팅을 하게 된 경위와 설득당하는 과정, 그리고 거품이 꺼지기 직전까지 견뎌내는 시간을 그린다. 그게 재미없었다면 영화는 힘을 잃었을 텐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여기서 이 영화의 독특한 지점을 다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영화 연출이 일반적인 룰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영화는 거대한 금융위기라는 사태를 다루면서 경제용어를 비롯해 사건 설명을 지극히 제멋대로 한다. 끈질긴 비유는 물론이고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나 인물들이 극중에서 벌이는 토론(설득) 형태 같은 게 좀 새롭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점이 나뉘어져 진행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이 전혀 관련되지 않는다. 그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코 중요한 사건이 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이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끝까지 이 영화가 힘을 잃지 않는 이유는 잘 구축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연출 덕분일 것이고, 무엇보다 힘을 빼고 뭔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던 가벼움 때문일 것이다. 이 부분이 잘됐다고 할 수 있을까.


